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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DITOR 이안, 34

가을 숲길의 이안 2024.10 · 첫 촬영 · 트렌치는 엄마 거 ME
인터뷰어: 이안 / 답변: 이안

검정 티셔츠 열두 장에서
레이스 원피스 한 벌로

2016년부터 8년 동안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습니다. 남의 브랜드를 예쁘게 만드는 일이었고, 잘했습니다. 옷장에는 검정 티셔츠 열두 장과 검정 바지 네 벌. 아침에 고를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2024년 봄에 알았습니다. 고르지 않는 게 아니라, 고를 힘이 없었다는 걸.

Q. 번아웃은 어떻게 왔나요?
극적으로 안 왔어요. 어느 날 회의에서 "이 컬러 예쁘죠?"라고 말하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예쁜 걸 보고 예쁘다고 느끼는 능력이 없어진 거예요. 디자이너한테 그건 끝이잖아요.
Q. 제주에서 뭘 했나요?
아무것도요. 한 달 동안 매일 숲길을 걸었어요. 삼나무 숲, 곶자왈, 오름. 옷은 검정 티셔츠. 숲에서 검정 옷을 입으니까 내가 그림자 같더라고요.
Q. 할머니 옷장 얘기 해주세요.
제주 다녀와서 외할머니 댁에 갔어요. 옷장 정리를 도와드리다가 70년대 레이스 원피스를 꺼냈는데, 할머니가 "네가 입어라" 하셨어요. 입고 마당에 나갔는데, 기분이 예뻐졌어요.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예쁘다는 감각이 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Q. 그래서 옷을 팔게 됐다?
바로는 아니에요. 그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어디서 샀냐"는 DM이 서른 개 왔어요. 파는 데가 없으니까, 비슷한 걸 찾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게 옷장이 되고, 옷장이 스토어가 됐습니다.
Q. 이 홈페이지는 왜 이래요?
8년 동안 남의 브랜드만 만들었으니, 내 건 마음대로 하고 싶었어요. 옷은 숲인데 파는 사람은 도시여도 되잖아요.
10 — TIMELINE

HOW I
GOT HERE

2016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 입사. 옷장은 전부 검정.
2024.3"이 컬러 예쁘죠?"에 아무 느낌이 없던 날. 퇴사.
2024.5제주 한 달. 매일 숲길. 검정 옷은 숲에서 그림자다.
2024.6외할머니 옷장. 70년대 레이스 원피스. 감각이 돌아왔다.
2024.9스마트스토어 첫 주문 1건. 구매자는 DM 보낸 그분.
책 읽는 이안쉬는 날엔 헌책방 · 안경은 진짜
MANIFESTO

우리가 파는 건
옷이 아니라
기분

예쁜 옷을 입고 숲에 가면 기분이 예뻐집니다. 저는 그걸 서른셋에 알았고, 당신은 더 빨리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전부 제가 먼저 입어봅니다. 안 예쁘면 안 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