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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배운
일곱 가지

2025년 12월 · 윤진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성북·정릉 일대 여섯 곳에서 급식소를 운영했습니다. 그동안 부은 사료가 1.4톤이고, 3년째부터는 매일 잔반량을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에서 나온 일곱 가지입니다.

1. 첫날의 반응은 믿을 게 못 된다

향미제를 뿌린 사료는 첫날 그릇이 비워집니다. 그런데 사흘째부터 남기 시작하고, 일주일이면 절반이 남습니다. 반대로 첫날 시큰둥했던 사료가 일주일 뒤엔 그릇을 핥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양이도 향과 내용물을 구별합니다.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2. 추울수록 지방을 찾는다

기온이 5℃ 아래로 내려가면 같은 사료라도 소비량이 30% 정도 늘었습니다. 그리고 지방 함량이 높은 사료를 확연히 선호했습니다. 겨울철 급식소 운영자라면 지방 18% 이상 제품으로 바꿔주는 게 좋습니다.

겨울 골목의 고양이는 맛이 아니라 열량을 고릅니다.

3. 알갱이 크기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노령묘와 어린 개체가 섞인 급식소에서는 알갱이가 큰 사료가 눈에 띄게 남았습니다. 이가 빠졌거나 잇몸이 약한 고양이는 씹지 못합니다. 급식소용이라면 지름 8mm 이하를 권합니다.

골목 급식소
같은 그릇, 같은 자리, 같은 시간. 조건을 고정해야 사료 차이가 보입니다.

4. 그릇은 낮고 넓어야 한다

깊은 그릇에 코를 넣으면 수염이 벽에 닿습니다. 고양이는 이걸 싫어해서 먹다 말고 나옵니다(수염 피로). 지름 15cm에 깊이 3cm 정도의 접시형이 잔반이 가장 적었습니다.

5. 물그릇을 사료에서 떨어뜨려 놔야 한다

야생에서 물가 근처의 사체는 오염원입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먹이와 물이 붙어 있으면 물을 피합니다. 급식소에서도 물그릇을 1m 이상 떨어뜨렸더니 음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6. 급식 시간을 지키면 개체 수가 파악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부으면 고양이들이 그 시간에 맞춰 나옵니다. 그러면 몇 마리인지, 새로 온 개체가 있는지, 아픈 개체가 있는지 보입니다. 중성화(TNR)를 계획할 때도 이 기록이 필요합니다.

7. 뒷정리가 급식의 절반이다

남은 사료를 그냥 두면 쥐와 벌레가 모이고, 그러면 민원이 들어오고, 민원이 들어오면 급식소가 사라집니다. 30분 뒤 회수하는 원칙을 지킨 곳만 7년을 버텼습니다. 급식소를 지키는 건 사료가 아니라 빗자루입니다.

묘연이 매달 골목으로 보내는 640kg은 이 일곱 가지를 지키는 분들에게 갑니다. 급식소를 운영하고 계시다면 문의 페이지에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