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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성분표에서
진짜 봐야 할 세 줄

2026년 2월 · 윤진

사료를 고를 때 대부분 앞면의 큰 글씨를 봅니다. ‘조단백 38%’ 같은 숫자요. 그런데 급식소를 7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 그 숫자가 생각보다 적게 말해준다는 겁니다. 정작 중요한 건 뒷면 작은 글씨 세 줄입니다.

첫째, 원료 순서

사료 원료는 무게가 많은 것부터 적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원료가 그 사료의 정체입니다. ‘옥수수’나 ‘밀’이 첫 줄에 있다면, 그건 곡물 사료에 고기 향을 입힌 물건입니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고 곡물을 소화하는 효소가 적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곡물을 여러 종류로 쪼개면 각각의 무게가 줄어 순서가 밀립니다. ‘닭고기, 옥수수, 옥수수글루텐, 밀, 쌀…’ 이렇게 적힌 사료는 곡물을 합치면 닭보다 많습니다. 뒤쪽에 곡물 이름이 여러 번 나오는지 세어보세요.

첫 줄이 고기여도, 두세 번째부터 곡물이 줄줄이 나오면 곡물 사료입니다.

둘째, ‘육분’인지 ‘생육’인지

‘닭고기분(chicken meal)’과 ‘생닭(fresh chicken)’은 다른 원료입니다. 육분은 이미 가열·건조해 수분을 뺀 가루로, 같은 무게에 단백질이 훨씬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분표 숫자를 올리기에 유리합니다.

육분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어떤 부위를 썼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금류부산물분’처럼 동물 종류조차 특정하지 않은 표기라면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닭고기분’처럼 종을 명시했다면 그나마 낫고, ‘생닭 48%’처럼 함량까지 적었다면 감출 게 없다는 뜻입니다.

사료 원료
원료 이름이 구체적일수록 좋은 신호입니다. 뭉뚱그린 표현은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셋째, 산화방지제

사료의 지방은 산패합니다. 그래서 산화방지제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여기서 브랜드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BHA, BHT, 에톡시퀸은 값이 싸고 오래 갑니다. 토코페롤(비타민E)이나 로즈마리 추출물은 비싸고 유통기한이 짧아집니다.

묘연이 개봉 후 6주 안에 먹으라고 안내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토코페롤을 쓰면 그 이상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개봉 후 6개월도 괜찮다고 적힌 사료가 있다면, 무엇으로 그렇게 만들었는지 확인해 볼 만합니다.

덧: 마그네슘

한국 집고양이는 요로 질환 비율이 높습니다. 물을 적게 마시고 실내 습도가 낮아서입니다. 성분표에 마그네슘 함량이 적혀 있다면 0.1% 아래인지 보세요. 유럽 기준으로 만들어진 사료는 0.12–0.15%인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