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후기를 읽다 보면 "백탁이 심해요"라는 문장이 꼭 나옵니다. 마치 제품의 결함처럼요. 8년 동안 자외선차단제를 만들던 사람으로서 먼저 정리하고 싶습니다. 백탁은 고장이 아니라, 흰색 입자를 얼굴에 바른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문제는 성분이 아니라 색입니다.
무기자차는 왜 하얗게 뜨나요?
무기자차의 차단 성분은 두 가지입니다. 이산화티탄(Titanium Dioxide)과 징크옥사이드(Zinc Oxide). 이 둘은 피부 위에 아주 얇은 입자 막을 만들어 자외선을 산란시키는 방식으로 피부를 지킵니다. 화학 반응으로 자외선을 흡수하는 유기자차보다 자극이 적어서, 민감피부가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죠.
그런데 이 두 성분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페인트, 지우개, 설탕 코팅에 쓰일 만큼 대표적인 흰색 안료라는 점입니다. 자외선만 골라서 산란시키면 좋겠지만, 입자는 가시광선도 함께 튕겨냅니다. 우리 눈에 그 산란광이 흰색으로 보이는 것 — 그게 백탁의 전부입니다. 성분이 나빠서도, 제형이 실패해서도 아닙니다. 흰 것을 발랐으니 흰 것입니다.
백탁 없는 무기자차는 어떻게 만드나요?
업계가 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입자를 줄인다. 나노 크기까지 입자를 줄이면 가시광선 산란이 줄어 백탁이 옅어집니다. 다만 입자가 작아질수록 차단 스펙트럼과 사용감의 균형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 얇게 발리게 만든다. 발림성을 높여 같은 차단력을 더 얇은 막으로 내는 방법입니다. 두께가 절반이 되면 백탁도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 처음부터 색을 입힌다. 흰색 입자에 피부톤과 가까운 코팅을 입혀, 출발점의 색 자체를 옮기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제품은 1번과 2번을 조합합니다. 그런데 1·2번은 백탁을 "줄이는" 방법이지 "없애는" 방법이 아닙니다. 흰색에서 출발하는 한, 회백은 어딘가에 남습니다. 특히 사진 속에서요.
흰색에서 출발해 지우는 대신, 처음부터 피부톤 가까이에서 출발하면 백탁이라는 문제 자체가 사라집니다.
샌드톤이 3번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스킨 핏 미네랄 선크림은 미네랄 필터에 옅은 베이지 톤을 입혀, 문지르는 순간 피부톤에 섞여 사라지도록 설계했습니다.
톤이 들어간 선크림은 파운데이션과 다른가요?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그럼 색조 화장품 아닌가요?" 다릅니다. 파운데이션은 피부색을 덮어서 바꾸는 농도의 색을 씁니다. 베이지 톤 선크림은 회백색을 상쇄할 만큼만의 옅은 색을 씁니다. 목적이 커버가 아니라 상쇄라서, 발라도 색이 티 나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21~23호 피부라면 톤 차이를 느끼기 어렵고, 그보다 밝다면 얇게 펴 바르면 됩니다.
정리하면
- 백탁의 원인은 차단 성분인 이산화티탄·징크옥사이드가 흰색 안료이기 때문이다.
- 입자 축소와 얇은 발림은 백탁을 줄일 뿐, 흰색 출발점 자체는 그대로다.
- 출발점의 색을 피부톤 쪽으로 옮기면 문제의 구조가 바뀐다. 지우는 게 아니라 섞이는 것.
이 글은 일반적인 화장품 제형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특정 피부 상태에 대한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피부 고민이 있다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