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를 시작한 건 2019년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걸 정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견디려고 아침마다 한강에 나갔습니다. 3개월이 지나자 10km가 편해졌고, 1년이 지나자 주 5일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신발은 열심히 골랐습니다. 매장에서 발 스캔을 받고, 리뷰를 몇 시간씩 읽고, 두 달에 한 번씩 바꿔 신었습니다. 그런데 양말은 마트에서 다섯 켤레 묶음으로 샀습니다. 발에 닿는 유일한 천인데도요.
“18km에서 신발을 벗었을 때 양말이 흠뻑 젖어 있었어요. 그게 뒤꿈치에서 계속 밀리고 있었던 겁니다. 4년을 달리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던 물건이었어요.”
기권한 다음 주부터 러닝 양말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3,000원짜리부터 4만원짜리까지, 국내 브랜드부터 일본·독일 제품까지. 14개월 동안 200켤레를 샀고, 매일 다른 양말로 같은 코스를 달리며 기록했습니다.
알게 된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가격과 성능은 거의 상관이 없었습니다. 4만원짜리가 8천원짜리보다 나쁜 경우가 흔했습니다. 둘째, 대부분의 '러닝 양말'은 디자인만 러닝이었습니다. 발 전체가 같은 밀도로 짜여 있었고, 발가락 끝에는 봉제선이 있었습니다.
구간마다 밀도가 다른 양말을 짜달라고 하니 대부분의 공장이 거절했습니다. 편직기 세팅을 다섯 번 바꿔야 해서 생산성이 3분의 1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스무 번째 공장에서야 "재미있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30년째 양말을 짜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장님이 제 발 사진을 보시더니 그러셨어요. ‘아치를 조이면 밀리지 않지. 근데 아무도 그렇게 안 만들어. 돈이 안 되거든.’ 그 말이 페이서의 시작이었습니다.”
첫 샘플이 나오기까지 8개월, 팔 만한 물건이 되기까지 다시 6개월이 걸렸습니다. 2025년 3월, 페이서는 크루 5켤레 세트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퇴사 후 아침마다 한강. 3개월 만에 10km, 1년 만에 주 5일.
첫 하프마라톤. 다리가 아니라 뒤꿈치 물집 때문에 멈췄다.
14개월간 매일 다른 양말로 같은 코스를 달리며 기록했다.
스무 번째 공장에서 5단 존 편직에 동의를 얻었다. 첫 샘플까지 8개월.
크루 5켤레 세트 하나로 시작. 같은 해 가을, 하프마라톤 2시간 04분 완주.
수업용 데모입니다. 실제 결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